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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보호자가 된 또래들에게 쓰는 편지 상황이 바뀌었지만, 곁에 계심에 감사합니다. 1차인 의원 급부터 3차 대학병원에 가면, 내 또래들이 아버지나 어머니를 모시고 오는 경우를 많이 본다. 내 경우 '보호자'라는 용어가 제일 낯설었던 시절은 8년 전, 어머니의 큰 수술 때였다. 수술 동의서에 사인 하기 전, 주치의로부터 수술에 관한 설명을 듣고 보호자 란에 서명하는데, 내 인생 처음 해보는 '어머니'의 보호자 역할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수술은 잘 됐으나 합병증이 생겨 지금까지 대학병원에서 신경과와 내분비내과를 일 년에 서너 차례 방문하게 되었다. 대학병원은 요일을 떠나 언제나 사람이 북적인다. 개인적으로 병원에 갈 때마다 아주 가끔 보이는 건강한 노 부부가 서로의 병원 방문에 동행하는 모습이 가장 부럽다. 물론, 대학병원 수납부터 처방전 .. 2022. 10. 14.
장례식 1일 차 (1) 상주님, 아버님께 절을 올리며 장례식 시작을 알리겠습니다. "여기 계세요. 저기... 기계에 숫자가 0으로 되어있죠?... 돌아가셨어요" 이렇게 말하며 간호사가 우리를 아버지 앞으로 안내한다. 사방에 커튼을 친 중환자실에는 이제 막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몸이 상반신이 약간 들린 채로 뉘어 계셨다. 요양 보호사 교육을 받으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사후 혈액을 아래쪽으로 내려가게 하기 위해 상체를 약간 들어서 뉘인다고 한다. 창백한 얼굴로, 마치 주무시고 계시는 듯 편안해 보이기까지 한 얼굴은 정말로 돌아가셨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소변통을 제거한 소변줄도, 정맥 링거도 그대로 있고, 산소호흡기는 여전히 가동 중이다. 그냥 주무시는 것 같았다. 그때까지도 실감이 안 났다. 밖에서 오빠는 상조회사에 .. 2022. 10. 14.
God, save the QUEEN 영국의 최장 재위 군주였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떠나보내는 마지막 의식은 주요국 정상과 왕족 500명을 포함해 100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세기의 장례식’으로 치러졌다. 영국은 1965년 윈스턴 처칠 전 총리가 서거한 이후 57년 만에 엄수되는 여왕의 국장을 앞두고 사상 최대의 보안 작전에 돌입했다. 9월 19일, 현지 시간으로 11시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오후 6시쯤 시작한 장례식에는 100만 명의 영국 국민이 왕을 추모하기 위해 런던 중심부를 가득 메웠다. 이 광경을 BBC 채널 라이브로 시청했었다. 느릿느릿하게, 때론 지루했지만, 엄숙하고 장엄하게 진행되던 장례식. 언제 또 이런 장면을 볼 수 있을까 싶어서 바빴지만 시간을 냈다. 여담이지만, 글쎄. 이걸 독특하다고 말해도 될런지. 현재 무엇을 하.. 2022. 9. 20.
기억할 죽음이 많아졌다. 9월 14일,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00일 된 날을 기리며... 2022년 9월 8일,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서거했다. 여왕의 죽음 이후, 매일 뉴스와 신문에는 온통 여왕에 관한 일화나 장례 과정 등이 한 두 꼭지씩 나온다. 장례식은 19일 날 진행된다고. 일주일 전이자 25년 전, 8월 31일에는 찰스 3세(당시 찰스 왕세자)의 이혼한 왕세자비, 다이애나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었다. 영국을 한 번도 안 가본 내 입장에서 내 생애에 영국 왕실 일원의 죽음을 두 번이나 보았다. 우리 아버지는 2022년 6월 6일 오전 9시 30분경 영영 가족의 곁을 떠나셨다. 우연이지만, 같은 날 결혼식을 올린 전 직장과 관련한 업자가 결혼한 지 100일이라며 올린 포스팅을 보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00일이 되었음.. 2022.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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